[문예마당] 아스펜 나무
무슨 고백을 하고 돌아섰기에 저리도 와들와들 떨고 있을까 샛노랗게 들뜬 얼굴로 호숫가 수면을 울렁울렁 흔들어 놓고 햇살 깨문 사금파리 돌아눕듯 해반닥해반닥 눈 부셔라 언제였던가 너 때문에 바르르 떨었을 때는 살금살금 뒤따르다 멈춰선 너와 얼굴 부딪힌 때는 무시로 파닥이는 이 마음의 책갈피에 아스펜 잎 하나 끼워 넣는다 노랑이 가을이란 비숍 단풍길 떨어진 잎을 주워본다 푸르르던 날들 있었지 저 하늘이 온통 내 것인 날들 있었지 떨어진 잎새들이 그들 발등 위에 노랑으로 고요하다 가을이 점점 옅어지고 남은 잎도 다 떨어져 발목에 차면 앙상한 나뭇가지엔 흰 눈이 찾아들겠지 계절의 끝에 서 보면 알 것도 같아 너라는 바람도 나라는 잎새도 사시나무 떨듯 한다는 애처로운 문장도 한때의 떨림이었음을 홍유리 / 시인문예마당 아스펜 나무 아스펜 나무 호숫가 수면 비숍 단풍길